바람이 남긴 흔적 - 단편5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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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V야동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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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즈음은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토옹 글을 쓰지 못합니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50. 주연이 & 남상수 상무이사




[1]
나는 몸을 일으켜 앉았다.그런데 내 팬티가 축축하게 젖어있는 느낌이다. 나는 이불을 들추고 침대에서 내려와서 옷장을 열어보았다. 겨울 이불 같은 것은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나는 내가 깔고 자던 이불을 뒤집어서 펴놓고 욕실로 달려 갔다. 세탁기를 열고 들여다보니까 해리가 입었던 끈나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럼 진짜로 꿈이었나?
꿈 치고는 너무 생생했었다.

이렇게 되면 하늘은 나를 외면하시는 것일까?
해도 너무한다.
허무하다.



나는 마지막으로 내 팬티를 열어보았다. 악취가 난다. 사정은 해리의 몸 안에서가 아니라 내 팬티 안에서 일어난 것이 틀림없다.



돌겠다.
이 나이에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이지?



유아영과 유해리가 나를 식탁으로 불렀다. 밥 먹으라는 것이다. 전과 다름없이 유아영은 친절하고 상냥하며, 유해리는 사랑스럽다. 나는 마치 큰 잘못을 저지른 느낌이다. 도저히 창피스러워서 얼굴을 들지 못하겠고, 그녀들을 쳐자볼 수도 없다. 그녀들에게 갈 수도 없었다.

식탁에 앉아있는 조상훈과 오미현도 나를 불렀으나, 나는 늦잠을 잤기 때문에 회사 일이 급해졌다고 거짓말로 때워서 얼버무렸다. 그들이 잡는 것을 뿌리치고, 도망치듯 현관으로 나왔다. 등 뒤에서 그녀들이 하는 얘기 소리가 들린다.



"저 오빠 왜 저러지?"
"늦잠 자는 바람에 회사에 늦었대잖아."

"오늘이 일요일인데, 혹시 월요일로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
"에이. 설마. 정신줄은 말짱하던데?"



나는 유아영의 집을 나와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다. 내 오피스텔로 들어서자마자 바로 욕실로 가서 샤워를 했다. 마치 더러운 걸레를 빨듯이 온몸 구석구석을 빡빡 문지르며 닦았다. 나중에 곳곳이 따갑고 쓰릴 정도이다.



[2]
나는 상가에 있는 식당으로 가서. 순두부찌개로 배를 채웠다. 식사를 마치고 내 차에 올라타서 안산의 김사장에게 전화를 해서 지금 그의 회사로 출발한다고 알렸다.

나는 안산쪽으로 방향을 잡고 달렸다. 가는 도중에 주연이에게서 문자 메시지가 왔다.


"오늘 저녁 같이 먹으면 안돼요?"



나는 이 문자 메시지를 어떻게 해야 하나를 망설였다. 영신 전자의 김사장이 분명 약속한 대로 저녁을 먹자고 할 것이기 대문이다. 내가 거절했을 때 그가 쉽게 포기하면 좋은데,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면서 고집을 부리면 어쩔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주연이가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어야 한다는 마음이 생긴다. 주연이와 한 약속이 있으므로 거절하면 안될 것 같다. 김사장은 인사치레로 하는 것이니까 다음으로 미룰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그녀에게 답장을 보냈다.


"나 지금 서울에 없어. 나중에 서울 가면 전화할께."





[3]
나는 영신 전자의 김사장을 만나서 그에게 독일 베를린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해주었다. 그는 고맙다면서 나에게 저녁을 사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나는 바쁜 일정 때문에 곤란하다면서 사양했다.



"저도 고맙다는 인사는 드려야 하는데요."
"다음에 또 만날 기회는 얼마든지 있거든요. 제발 다음으로 미뤄주십시오."



나는 베를린에서 가져온 합의문서를 그에게 전해주고 서울로 출발했다. 중간에 주연이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다행히 도로는 막히지 않았다.



"지금 서울로 가는 중. 도로가 안막히면 한 시간쯤 후에 도착해서 전화할게."



주연이가 보고싶다. 노천명 시인의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사슴이 떠오른다.주연이의 노랗게 물들인 머리, 주연이의 가슴, 촉촉한 피부, .. 내 기억 속에서 아직 잊혀진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4]
주연이가 혜동에 산다는 말이 생각나서 나는 서대문에서 종로로 들어섰다. 주연이에게 전화를 했다.



"저녁 안먹었지?"
"오빠랑 같이 먹는다고 했거든요? 지금 어디쯤 오는데?"

"보신각에서 신호등 기다리는 중이야."
"일요일에 무슨 일로 바쁘실까? 당연히 여자 만났겠지? 하하."

"여자는 무슨 여자? 할아버지 만났다. 하하."
"하하. 그럼 경로당에 갔었어?"

"그래. 하하. 우리 어디서 만날까?"
"내가 지금 우리 집 주소 찍어서 문자로 보내드릴테니까, 찾아와. 찾기 쉬워."

"집? 주연이네 집?"
"왜? 오기 싫어? 나도 오빠 집에 갔었는데?"

"알았어."



금방 주연이가 보낸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혜화동 상원 오피스텔.
대학로로 들어오면 전화해. 혜화역 4번 출구에서 기다릴게."





[5]
가게의 쇼우윈도우 앞에 서서 나를 기다리고 서있는 주연이를 쉽게 발견했다. 엄청 짧은 반바지가 그녀의 두 다리를 시원스럽게 내놓고 있다. 야구 모자를 눌러쓰고 있어서 하마터면 못알아볼 뻔 했다. 몸에 딱 붙는 남방이 그녀의 큼직한 가슴 모양을 그대로 드러낸다. 내가 숨쉬는 것이 거북해진다. 주연이가 내 차에 탔고, 우리는 그녀의 오피스텔로 갔다.

나는 욕실에서 손을 씻고, 주연이가 있는 주방으로 갔다. 그녀는 어느새 홈웨어인 원피스로 갈아입고, 주방에서 김치를 꺼내서 썰고있다. 김치찌개를 끓이겠다고 한다. 간이나 제대로 맞을까?



"이 김치는 누가 담갔지?"
"담그기는 누가 담가? 오빠랑 같이 먹으려고 사왔지."

"너는 김치도 없이 밥먹니?"
"라면 끓여서 밥을 말아 먹기도 하고 .. 뭐 대충 먹는거지."



앞이 깊숙이 파인 원피스의 속이 훤히 다 들여다보인다. 볼록 솟은 뽀얀 가슴 때문에 내 가슴이 뛴다. 주연이가 몸을 굽힐 때에는 유륜까지 보인다. 나는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내 그 곳으로 힘이 들어간다. 그녀와 같이 보낸 밤의 음란했던 일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주연이는 전혀 그런 티를 내지 않는다. 나만 텐트를 치고있다.


"주연아."
"어?"

"너무 깜찍하고 예쁜데. .. 잠시 한번 안아보면 안될까?"
"별걸 다 물어보네. 그런데 지금 김치 때문에 .."



나는 주연이의 뒤로 가서 백허그를 했다. 텐트 때문에 내 엉덩이는 뒤로 뺐다. 나의 두 손을 그녀의 가슴으로 가져가서, 볼록 솟은 봉우리를 하나씩 잡았다.



"하아. .. 안기만 한다며?"
"안기만 했거든."


그녀가 고개를 내쪽으로 돌린다. 나는 주연이의 입술을 빨았다.




"하아. 오빠. 이거 빨리 해야 .."



나는 그녀를 풀어주고, 오피스텔을 한바퀴 둘러보았다. 건물 자체가 너무 오래 돼서, 지저분하고 낡은 부분이 눈에 띈다. 거실은 그녀가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고, 안쪽에 있는 방은 그녀의 침실인데 제법 크다.




"조심해. 여기 바퀴벌레 엄청 많아."
"안무섭니?"

"나 벌레 아니고, 인간이거든요. 하하."
"누가 주연이보고 벌래랬어?"




주연이가 하는 이 말에 내 가슴이 먹먹해온다.





[6]
저녁을 먹으면서 주연이는 자기 집안 얘기를 했다. 그런데 호적상으로는 주연이에게 부모가 모두 있지만 자기 생부와 생모는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주연이가 태어나고 아직 일년도 지나지 않아서, 주연이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그는 대형 화물차의 운전기사였다고 하는데, 교통사고를 냈다는 것이다. 주연이도 이 사고에 대한 내막은 전혀 모른다고 했다.

주연이 엄마는 가난과 전쟁을 하다시피 하며 살다가, 얼마 후에 재혼한다. 그런데 주연이의 새 아버지에게는 주연이보다 한 살 위인 아들이 있었다.

몇 년 후에는 주연이의 엄마마저 자궁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그 후에는 새 아버지가 다시 다른 여자를 데리고 들어와서 살림을 한다. 이렇게 해서 주연이의 엄마와 아빠는 모두 주연이와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다.


주연이는 가정이라는 것이 뭔지를 모르고 살았다고 한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집이라는 것에서부터 갖은 구박과 설움을 받으며 중학교를 졸업하고 여고에 들어갔다. 주연이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그 엄마라는 여자는 어느 날 집안에 있는 돈을 닥닥 긁어서 도망쳤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아빠라는 남자는 자기와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애 둘을 키운다. 그런데 이 아빠도 지금은 암에 걸려 몇 달이나 더 살 수 있을지 모른다고 한다.

그녀가 이런 환경에서도 비뚤어지지 않고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바르게 살아온 것은 자기가 생각해도 참 대견스럽다고 했다. 주연이는 공부도 뒤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주로 그림을 열심히 그렸다고 한다. 소질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고 한다. 그렇지만 어려서부터 워낙 많은 그림을 그렸다. 만화 영화의 주인공 캐릭터들을 그려달라고 친구들이 줄을 서기도 했단다. 각종 미술대회에 나가서 받은 상도 꽤 된다. 고등학교에서는 미술부 부장을 한 적도 있다고 한다.

주연이는 여고를 졸업하면 집을 나와서 살 결심을 한다. 그래서 서울에 있는 성한대학 의상 디자인과로 지원해서 합격을 했다. 그녀는 서울로 와서 여기 저기를 떠돌아다니면서 살다가 작년부터는 이 오피스텔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주연이는 대학에 입학하고 첫 학기를 다니면서, 밤에는 편의점이나 PC방에서 알바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학교에 다니면서 병행하는 알바에서 버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 월세와 공과금을 내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고 한다. 식비도 해결이 안된다는 것이다. 떠도는 말처럼 알바하면서 대학에 다닌다는 것이 주연이에게는 언감생심이었다. 결국 그녀는 학교를 휴학하고 알바로 뛰어든다.

그녀는 악착같이 일해서 돈을 약간 모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버지라는 남자가 암에 걸리는 바람에, 그 돈을 피 한방을 섞이지 않은 아버지와 오빠가 사는 집에 톡톡 털어주었다고 한다. 돈이야 또 벌면 된다고 생각하고 휴학을 한 학기 더 한다. 그런데 버는 돈은 모두 다 그녀와는 상관 없이 집으로 들어간다. 주연이 오빠는 군에 입대해버리고, 아버지 혼자 살고 있다고 한다.



"등록금이야 학자금 융자가 있으니까 해결돼. 그렇지만 요새 대학이 등록금만 낸다고 다닐 수 있는 것이 아니잖아? 의상과에서 이것 저것 들어가는 돈을 도저히 해결할 수가 없어. 그러다가 지난 여름 방학때 대전에서 여고에 같이 다녔던 동창과 연락이 돼서 만났어."



그 동창의 소개로 주연이는 야간 업소에 첫 발을 들여 놓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일은 돈은 제법 벌리는 편인데, 나이 먹은 남자들과 밤에 술을 마셔야 하기 때문에, 몸이 감당을 못하겠단다. 일주일에 두세 번 밤에 나가는데, 이 일을 하면서 공부를 같이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번 학기에도 휴학했는데, 고민이야. 이 공부라는 것을 계속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
"그러게. 요새 세상이 대학 졸업장 하나 있다고 해서 별볼일 있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때려치울 자신도 없어 .. 진짜 그래도 되나?"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자."




[7]
주연이가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하마터면 울뻔했다. 그런 일을 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그럴 만한 사정이 있겠지만, 너무 딱하고 안타까웠다. 내가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야 간절하지만, 도대체 내가 어디서 어떻게 손을 써야 할 지 막막하다. 내 가슴이 너무 답답하다.



"그 사장이라는 사람은 어때?"
"뭐. .. 친절하고, 좋은 여자이지만, 그것은 자기가 나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 아닐까?"

"혹시 그 사장이랑 돈 관계는 없어?"
"처음에 시작할 때 1000만원 빌렸지. 옷이랑 화장품이랑 아무 것도 없었으니까."

"이자는?"
"받지 않겠다면서, 자기가 급할 때 전화하면 일이나 계속 나와달래."

"그럼 착한 사람 맞네."
"안그랬으면 내가 이 일 시작도 안했을껄."




[8]
나는 주연이와 하루 밤을 보낸 것을 진심으로 후회했다. 주연이의 경제적인 약점을 이용하여 나는 차마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될 짓을 한 것 같다. 이것은 주연이에 대하여 내가 동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 속물 근성 때문이다.



"오빠. 미안해. 괜히 이런 얘기를 꺼내서 분위기가 너무 그러네."
"아니야. 네가 사는 여기로 나를 불러주고, 이런 얘기를 해주어서 너무 고마워."

"고맙긴. .. 우울한 얘기들인데 뭐.
지금까지 서울에서 3년 반 정도를 혼자 살았거든.
그런데 오빠가 이상하게 내 식구보다 더 가까운 사람 같아. 꼭 친오빠 같기도 하고 .."

"그러고 보니까 엊그제 나는 진짜 한심한 놈이었네."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나는 오빠한테 얼마나 고마워 하고 있는데 .."



식사가 끝나고 나서 나와 주연이는 같이 설거지를 했다. 나중에 주연이는 커피를 끓였다.


나는 커피를 마시면서 계속 생각에 잠겨있었다. 우리 회사에 주연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오빠. 무슨 생각을 그렇게 열심히 해요?"
"나는 왜 이렇게 무능하고 바보 같을까 하는 .."

"하아. .. 오빠는 이상한 그런 생각 하지마.
이렇게 나랑 같이 있어주기만 해도 고맙다니까."



주연이가 고집을 부려서 나를 침대로 데리고 갔다.



"나는 이렇게 하고 싶지 않은데."
"왜? 나 마음에 안들어?"

"그럴 리가 있니?"
"내가 오빠랑 하고싶다고."

"그러지 마."
"왜? 말로만 듣다가 직접 해보니까 너무 좋거든."




나는 결국 주연이와 뜨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이것은 어디가지나 주연이가 원하기 때문이라는 비겁한 변명을 속으로 한다.

나중에 집에 오기 전에 같이 커피를 마시면서 나는 주연이에게 말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주연이는 대학을 졸업하는 것으로 하자.
네 일자리는 내가 회사에서 어떻게 해볼게."

"정말?"

"학교에 다니면서 일하기가 쉽지 않을텐데 ..."
"걱정마. 나 완전 잘할 수 있어."



주연이가 너무 좋아한다. 나는 주연이에게 계좌번호를 적어달라고 했다.



"왜?"
"나중에 일 하면 돈 보내야지."


주연이는 자기 계좌번호를 문자메시지로 나에게 보내주었다.




[9]
월요일 아침에 출근했는데 강대리가 파티션 위로 고개를 내밀고 나를 쏘아본다. 내가 내 자리에 앉자 김효원이 나에게 커피를 가져온다.

강대리도 자기 커피를 들고 들어온다.



"강대리. 푹 쉬었어요?"
"팀장님은 주말에 지구를 탈출했었어요?"

"화성 탐사팀에 불려갔었어. 하하."
"아오. .. 미워 죽겠어."

"또 왜?"
"오늘 기대하셔도 좋아요."

"뭘 기대하라는 거야?"
"미리 말을 해버리면 무슨 재미래?"

"재미는 무슨 재미?"
"됐어요. 그런데 김효원 청바지 대신 스커트 입으니까 다리 엄청 예쁘네."

"강대리님 감사합니다. 호호."



나와 강대리는 아침부터 방향제 사업에 대하여 윤곽을 세우고, 강대리는 김효원과 함께 기획안을 만들었다. 우리는 이 일을 점심 시간 전까지 끝냈다. 강대리는 이 기획안을 권상무에게 이메일로 보내고, 김효원과 함께 점심 먹으러 나갔다. 나는 그녀들에게 토스트를 사다 달리고 부탁을 했다.

나는 기획안을 들고 회장실로 갔다. 회장은 나의 설명을 듣고 나서 검토하는 데에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오후 늦게 보자고 했다.

우리가 시작하면서 해야 할 일은 농장을 위한 땅을 확보하는 일과 공장을 위한 부지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것은 돈 문제이다. 내가 손을 쓸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그런데 이 일은 처음 시작하면서부터 약용식물 전문가가 있어야 하고 또 파리에서 셀린이 와야 한다.

그렇다면 회장과 권상무에게서 무슨 말이 나올까?



[10]
나는 세부 계획을 구상하느라고 머리를 짜고 있었다. 그런데 김효원이 커피와 토스트를 들고 들어온다. 시간을 보니까 벌써 점심 시간이 끝났다.



"강대리는?"
"관리부 인사과에 갔다 온다고 .."



김효원은 기획안을 만들면서 궁금해하던 일들을 나에게 꼬치꼬치 캐물었다. 김효원은 나에게 몸을 가까이 하면서 잠시 살짝 기대보기도 한다. 짧은 스커트를 입은 효원이가 내 앞을 자주 서성이기도 한다. 위에 입고 있는 블라우스가 파이지 않아서 들여다볼 수는 없었다. 그런데 속이 제법 훤히 비친다. 저럴 때에는 가디건을 위에 입게 되어있는데, 내 방에 들어 올 때에는 가디건을 입지 않고 온다.

강대리가 들어와서 한마디 한다.



"가디건 어쨌어?"
"갑갑해서 의자에 걸어뒀어요."

"이 방에 올 때에는 입고 들어와야지. 아니면 유니폼을 입든가."
"네. 죄송합니다."



김효원은 얼굴이 빨개져서 밖으로 나간다.



"효원이한테 왜 그렇게 쌀쌀맞게 해?"
"쪼끄만게 꼬리를 치니까 .."



강대리도 밖으로 나간다.




[11]
그런데 강대리가 호들갑을 떨면서 내 방으로 들어온다. 조세희 과장과 성유리 대리도 뒤따라 들어온다.


"축하합니다. 남상수 상무님."
"조용히 해요. 너무 시끄럽거든."

"안믿으세요?"
"뭘 믿고, 안믿고 해?

"우리 팀장님 이제 상무님이시라니까요."
"갑자기 왜들 이래? 점심을 잘 못 먹었나?"

"게시판에서 발령장을 보고, 내가 방금 관리부에 가서 확인까지 했는데요?"



그런데 관리부장이 내 방으로 들어온다.



"죄송합니다. 제가 급해서 그러는데, 자리 좀 비워주시겠습니까?



관리부장은 여직원들에게 엄청 정중하게 말했다. 그녀들은 내 방을 우루루 나가더니 밖에 모여서 수근거린다.

관리부장은 평소에는 나를 곱지만은 않은 눈으로 바라보는 인물이다. 이런 인사를 내 방에서 본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어서 나도 긴장된다. 그런데 오늘은 그가 내 방에 들어서면서 나에게 엄청 정중하게 인사를 한다. 나는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섰다. 그는 직접 나에게 서류를 건네준다.

보니까 승진 발령장이다. 오늘부터 상무이사로 승진 발령이다. 방향제 사업을 나보고 직접 관장하란다. 그제서야 지난 금요일에 귀국하자마자 회장과 권상무가 나에게 한 말이 떠올랐다.

관리부장은 나에게 임원들이 쓰고 있는 9층으로 방을 옮기라고 했지만 나는 거절했다. 핑계를 아직은 기획팀도 내가 맡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꾸며댔다. 사실 그 말이 틀린 것도 아니다.

관리부장은 다시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나갔다. 밖에서 기다리던 그녀들이 다시 우루루 들어왔다. 조세희 과장이 내게 물었다.



"팀장님. 아니, 상무님. 축하합니다.
그런데 이 정도면 너무 빨리 승진하시는 것 같은데요?"

"빨리 올려 보내고, 빨리 졸업을 시키려나봐요. 하하."
"에이. 설마."

"조과장님은 앞으로 기획팀을 인수받을 준비를 하십시요.
"예. 각오하겠습니다."

"강대리님이랑 김효원씨는 나를 도와야 할 것 같은데요?"
"우리 자리를 아예 상무님 방 앞쪽으로 옮길게요."



나는 강대리에게 약용 식물 관리사 협회에 연락해서 적당한 사람을 찾아볼 것을 말했다.



"그럼 파리에서 셀린도 이리로 오겠네요?"
"그래요. 가능한 한 빨리 와야 해요."

"엄마는 같이 안와요?"
"엠마라니까!"

"이제 상무님 되셨는데도 버럭질을 하시면 체통 없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히히."
“버럭질 아니거든요.”




강대리가 조세희 과장에게 말했다.



"과장님. 오늘 저녁은 무조건 회식입니다."
"그럴까요? 하하."



회식하자는 말이 웃을 일도 아닌데, 조세희 과장은 혼자 일부러 소리를 내서 웃는다.




[12]
나는 회장실로 인사하러 올라갔다. 회장이 이렇게 나오는 것을 보면, 자기가 물러나기 전까지 모든 것을 걸어보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회장과 나는 서로 고맙다면서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했다.



"회장님. 정말 이렇게 하셔도 됩니까?"

"주말에 권상무님이 자기는 도저히 못하겠다면서 남상무님을 추천하셨습니다.
오전에 이사회도 거쳤어요."

"감사합니다."
"남상무님 일하시는 데 필요한 것은 강대리가 조치할 테니까 말씀만 하시면 됩니다."



아. .. 강대리.
이 여자는 회장이 나에게 붙여 둔 감시원이 아닐까?


나는 회장에게 농장을 선정하는 것과 공장을 신축하는 문제에 대하여 이야기를 했다. 그는 필요한 자금에 대해서 미리 정보를 달라고 했다.




[13]
나는 기획팀 섹션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팀 전체의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내 방으로 들어오는데 김효원이 따라 들어온다.



"밖에 무슨 일 있어?"
"과장님 지시로, 자리 배치를 다시 한대요."

"강대리 아이디어네."



강대리가 들어온다.



"상무님 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해서 비서가 3명까지 가능합니다.
지금 당장은 강선미, 김효원입니다.
한 사람은 우선은 비워두겠습니다."


"강대리가 비서 업무를 하면 기획팀이 휘청거리는데."
"비서 일을 하면서, 그 쪽도 소홀하지 않게 하겠습니다."

"약용식물 관리사는 어떻게 됐지?"
"협회에서 내일 오전에 몇명 보내준답니다. 우리가 면접해서 결정하면 됩니다."


"강대리가 비서로 일하면 차라리 잘 된 것인지도 모르겠네.
김효원은 나중에 셀린과 같이 일할 사람이므로 내 생각과 같아요.
그럼 나머지 한 사람은 중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는데 .."

"알아보겠습니다."

"신규 채용보다는 지금 있는 멤버 중에서 알아보세요.
그럼 셀린이 들어오는 문제는?"

"법무팀과 입국 절차를 이야기 중입니다.
상무님. 그럼 오늘 저녁 회식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같이 갑시다."

"상무님 앞으로 따로 법인카드가 나와있습니다.
제가 보관하고 있으니까,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말씀하십시오."

"그럼 사용 한도는?"
"아직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힘들지?"
"오빠랑 일하는데 뭐가 힘들어? 히히."





[14]
퇴근시간이다. 다들 삼삼오오 짝을 지어 회식 장소로 간다. 나는 김효원을 시켜서 셀린에게 가능한 한 빨리 한국에서 만나자고 이메일을 쓰게 했다. 그런데 김효원이 쓴 문체가 너무 딱딱하다. 나는 읽으면서 몇 군데를 고쳤다.

나는 발송 버튼을 누르고 김효원과 함께 회식 장소로 가려고 회사를 나왔다. 회식 장소는 가까운 한식집이어서 우리는 걸어서 간다. 김효원이 이메일에 대해서 내게 물었다.



"업무용 메일을 그렇게 써도 돼요?"

"나랑 개인적으로 한 얘기야.
셀린은 나랑 친구처럼 지내니까 이렇게 써야 해."

"예에? 아니 그럼, .. 엠마 말고 셀린도?"
"뭐?"

"강대리님한테 들었어요."
"셀린은 같이 일하는 동료야."

"항상 시작은 그렇다고 하던데 .. "



강대리는 김효원에게 또 무슨 소리를 했는지 ..
김효원은 또 내게 물었다.



"상무님. 감사합니다."
"감사? 왜?"

"강대리님한테 들었는데, 제가 상무님을 모시는 비서라고 들었는데요. 아닌가요?"
"강대리가 그렇다고 하면 그렇지. 마음에 들어?"

"너무 고맙고 감사해요. 오후 내내 계속 가슴이 덜덜 떨려요."
"가슴 떨린다는 말은 무서울 때 하는 말 아닌가?"

"아뇨. 무섭지는 않아요. 엄청 긴장되고 .."

"우리 잘 해보자. 김효원. 화이팅!"
"상무님도 화이팅요. 헤헤."




회식 1차는 저녁식사이다. 기획팀 28명이 한 명도 빠지지 않고 모두 모였다. 모두들 나에게 축하한다면서 인사를 했다. 우리는 고기를 구우면서 소주를 따라서 건배도 했다.

나는 나머지 회식은 강대리와 조과장에게 나머지를 맡기고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일단 주연이의 계좌로 300만원을 계좌이체로 송금했다. 그리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많이 보내지 못해서 미안해.
급히 쓸 데가 있으면 우선 쓰고, 모자라면 또 얘기 해."




내가 주연이에게 너무 빠져드는 것은 아닐까?




나는 자기 전에 오늘 하루를 돌이켜보았다. 주연이 일자리에 대한 내 고민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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